헌재 대심판정 극적 22분...방청석 울음과 박수, 대리인단 극명한 표정차

2025-04-04     류동호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에서 청사 직원들이 속보를 확인하고 있다. 2025.04.04. / 사진 = 뉴시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 한 마디가 헌정사에 새 장을 열었다. 4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서 역사적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그동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대심판정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고요했던 방청석 곳곳에서는 큰 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신음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주로 앉아있던 청구인 측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반대편에서는 충격과 당혹감이 역력한 표정들이 엿보였다.

이날의 역사적 선고를 지켜보기 위한 방청객 입장은 오전 10시 10분경부터 시작됐다. 일반인 20명을 포함한 방청객들은 이례적으로 삼엄한 보안 점검을 거쳤다. 주머니 속 모든 소지품은 물론 얇은 재킷까지 검사대에 올렸고, 헌재 직원들은 금속 탐지기로 방청객 온몸을 세밀하게 점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선고 한 뒤 김형두 헌법재판관과 함께 법정을 나가고 있다. 2025.04.04. / 사진 =  뉴시스

재판부와 가까운 청구인 자리에는 소추위원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이수 변호사가 앞줄에, 송두환·이광범 변호사가 뒷줄에 자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배보윤·윤갑근 변호사가 앞줄을, 차기환·배진한 변호사가 뒷줄을 차지했다.

선고 직전 양측 대리인단의 모습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감지됐다. 윤 측 변호인단 중 차기환·배진한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입장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양측 대리인단은 선고 시작 5분 전부터 모두 자리를 지키며 각자의 방식으로 긴장감을 다스렸다.

재판관들이 10시 59분경 심판정에 들어오자 모든 이들이 일어나 인사를 했고, 정각 11시부터 선고가 시작됐다. 이후 22분간 심판정은 재판관들의 시선과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모두의 관심사가 되는 긴장의 무대로 변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선고가 시작되자 양측 방청석을 번갈아 주시했고, 조한창 재판관도 같은 행동을 보이다 가끔 자료를 확인했다. 특히 몇몇 재판관들의 특정 순간 행동이 눈길을 끌었다. 김형두·정형식 재판관은 각각 '부정선거 의혹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와 '포고령을 발령해 국민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는 대목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였다.

양측 대리인단의 시선 처리도 대조적이었다. 국회 측은 대부분 재판부를 바라보는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맞은편이나 대각선 허공을 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문 권한대행이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피청구인 측을 직접 바라봤지만, 4명의 변호인 모두 그 시선을 회피했다.

선고 직후 심판정 안의 분위기는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충격에 빠진 듯 굳은 표정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겨우 심판정을 떠났다. 석동현 변호사는 마지막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다 도태우 변호사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단은 윤 측이 모두 퇴장한 후에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 악수를 나누고 단체 기념사진까지 남기는 여유를 보였다.

선고를 마친 문 권한대행은 심판정을 나가면서 김형두 재판관과 눈을 맞춘 후 옅은 미소를 띠며 그의 왼팔을 한번 힘주어 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