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집요하게 파고든 이 질문들... 만장일치 파면 결정 근거됐나?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하기까지, 11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에서 재판관들이 특히 집중했던 쟁점은 국회 활동 방해와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적법성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탄핵심판의 변론 과정을 돌이켜보면,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진 부분은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목적과 행동에 관한 것이었다.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은 1월 23일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질서 유지만을 목적으로 군 병력을 동원했는데, 굳이 군 병력이 왜 국회 본청에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느냐?" 이는 국회 질서유지가 목적이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질문이었다.
정 재판관은 또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에게 "(계엄 다음 날) 0시 31분부터 오전 1시 사이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에 진입해 국회의원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조 단장은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형두 재판관 역시 김 전 장관에게 "국회 봉쇄가 목표가 아니었나, 하는 그러한 정황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직접적으로 질문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저는 생각이 좀 다른 게 말씀하신 대로 제가 만약에 봉쇄를 했다고 그러면 국회의장님이 담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지만,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계엄 선포 과정의 적법성을 따지는 질문도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김 재판관은 2월 20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계엄 선포 직전 5분간 이루어진 국무위원 모임이 '국무회의'로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건 하나의 팩트"라고 인정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월 21일 3차 변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했다.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는지, 군 사령관에게 의원 끌어내기 지시를 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모두 부인했다.
재판관들은 계엄 당시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 지시 여부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김 재판관은 2월 13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신문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진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해라'라고 했다고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정 재판관은 정치인 체포대상자 명단이 포함된 '홍장원 메모'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2월 4일 5차 변론에서 홍 전 차장에게 메모 속 '검거 요청' 대목을 지적하며 "국정원에 정치인 등을 체포할 인원이나 여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이 "체포 권한은 없지만, 지원할 수는 있다"고 답하자 정 재판관은 "(요청이 아닌)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야 했던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을 앞선 두 대통령(노무현, 박근혜) 탄핵심판과 비교해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윤 대통령 측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부정선거 관련 증인 채택 요청은 대체로 거부했고, 관련 증인들 신문 과정에서도 별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또한 윤 대통령 측의 형법상 내란죄 철회 주장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형사소송법상 증거법칙 적용 논란에 대해서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정 재판관은 2월 11일 7차 변론에서 "헌재의 심판절차에 관해서는 탄핵심판의 경우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정한 헌법재판소법 40조의 1항을 언급하며, "이 사건의 경우에도 전문법칙 완화 적용에 관련해 모든 사정을 종합해 재판부의 평의를 거쳤음을 알려드린다"고 명확히 했다.
결국 헌재는 4일 오전 11시 22분,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며 탄핵 쟁점 5가지 모두의 위법·위헌성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