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우크라 평화안, 앵커리지 핵심 합의 반영돼야"

2025-11-26     류동호
사진 = 뉴시스

러시아는 2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종전 계획과 관련해, 미·러 정상이 합의한 핵심 내용이 문서에서 빠질 경우 수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미·러 앵커리지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이해에 기반한 것”이라며 “문서에서 앵커리지 합의의 문자와 정신이 지워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앵커리지 회담은 지난 8월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의미한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24일 이를 토대로 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28개항 평화 계획의 “상당 부분이 수용 가능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협상을 진행한 뒤, 평화안이 기존 28개항에서 19개항으로 축소된 데다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 주요 쟁점을 정상 간 결정으로 넘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가 이를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28개항 평화안을 “비공식 경로”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 보도 등에 등장하는 미국–우크라이나 협상 결과물 등 “다른 버전의 평화안”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및 유럽과 합의를 도출하길 기다리고 있으며, 해당 문안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협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정권과 유럽과의 협의를 마친 후 우리에게 알려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라브로프 장관은 유럽이 우크라이나 평화 프로세스를 방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럽은 우크라이나 갈등 해결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지만 2014년 이후 모든 측면에서 실패했다”며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진전이 있을 때마다 이를 방해했고,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마저 왜곡하며 해결 노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우크라이나 정권의 나치적·인종주의적 행위를 조장하며 스스로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며 “완전히 실패한 국내 경제·사회 정책에서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이 “우크라이나 문제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후 상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종전 후 서방의 ‘안심군’(reassurance force) 파견 가능성을 언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꿈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과 관련해 벨라루스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고, 국제무대에서 동맹 차원의 상호 지원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협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23일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와,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러시아와 각각 회동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을 우크라이나에,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를 러시아에 파견해 협상을 계속 진행하도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