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느냐에 따라…너무 다른 고교학점제 설문조사 결과
2025-11-26 류동호
하루 차이로 교육부와 교원 3단체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관련 조사 통계가 상반된 결과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2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교학점제 성과 분석 연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교학점제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 조사는 전국 일반고 160개교 고등학교 1학년 6885명과 교사 4628명 등 1만1513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만족도 긍정 응답이 평균적으로 학생은 60%, 교사는 70%를 넘었고 부정 응답은 학생과 교사 모두 6%대에 그쳤다.
반면 전날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 3단체가 발표한 교사 406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항목별로 80~90% 이상이 고교학점제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을 내놨다.
직접적으로 비교가 가능한 항목을 보면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가 참여 학생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교육부 질문에는 교사 70%가 동의했으나 최성보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느냐는 교원 3단체 질문에는 교사 90.9%가 동의하지 않았다.
또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우리 학교 선생님의 예방지도 또는 보충지도는 내가 과목을 이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질문을 했고 학생 67.9%가 동의했는데, 교원 3단체가 7~14일 고등학생 1670명을 대상으로 '최성보가 학생 학습과 성장을 실제로 돕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52.79%가 반대했다.
우리 학교에 내가 원하는 선택과목이 충분히 개설돼있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교육부 설문조사에서 58.3%가 '그렇다'고 했는데, 지난 6일 뉴시스 의뢰로 종로학원이 고등학교 1학년 학생 및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67%가 '과목 선택권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교육부에서는 상반된 조사 결과가 표집 대상 등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표집 방법이나 표집 대상에 따라 설문조사 결과가 달라지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3개년 종단연구를 통해 학생과 교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추적해 분석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특정 집단, 일부 지역에 국한한 게 아니라 전반적인 인식을 평균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설문조사와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교원단체에서는 설문조사 방식이 달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선정 전교조 대변인은 "교육부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는 입장이고 긍정적으로 추진하는 분들 중심으로 조사를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발표가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일반 선생님들에게 조사를 하니 아무래도 현장에 있는 분들의 우려가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교조가 지난 9월 16일부터 11월 17일까지 고교학점제 폐지 대국민 서명 운동을 한 결과 5만7003명이 참여했다.
설문 문항이 높은 만족도를 유도하는 내용들로 구성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세린 교사노조 대변인은 "교육부 설문 문항을 보면 선생님한테는 내가 열심히 했는지, 학생에게는 학교와 선생님의 도움이 만족스러웠느냐를 묻는 건데 이렇게 하면 당연히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