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생 탄핵 찬반 시국선언... 확성기·욕설 '아수라장'

기사 요약 3줄: 고려대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찬반 시국선언 동시 개최, 565명 운집 정문 안팎으로 갈린 양측, 확성기·꽹과리·욕설 난무하며 대립 경찰 100여명 긴급 배치...서울대·연세대 이어 대학가 정치적 대립 심화

2025-02-21     류동호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교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고대인들' 등 학생들이 탄핵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교문 안에서는 '윤석열 퇴진 긴급 고려대 행동을 준비하는 학생들' 등이 탄핵 찬성 맞불 집회를 하고 있다. 2025.02.21. / 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앞둔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가 탄핵 찬반 세력의 격전장으로 변했다. 정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대립 집회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오후 4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고대인들'이 정문 앞에서 시국선언을 시작했다. 이들은 '진리 선관위 부정선거 고대는 밝혀낸다', '자유 국회가 짓밟아도 고대는 지켜낸다'는 팻말을 들고 "계엄은 합법이다", "탄핵은 불법이다"를 외쳤다.

교육학과 16학번 김씨는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반대는 단순한 정권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 존립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식품자원경제학과 23학번 유씨는 "민주당과 좌파 세력들이 탄핵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권력을 찬탈하려는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퇴진 긴급 고려대 행동을 준비하는 학생들' 등이 2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윤석열 퇴진, 쿠테타 옹호세력 규탄 집회를 마친 뒤 행진하고 있다. 2025.02.21. / 사진 = 뉴시스

반면 정문 안쪽 중앙광장에서는 '긴급 고려대 행동' 주도로 탄핵 찬성 집회가 열렸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말한다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반민주세력 OUT' 등의 팻말을 든 학생들은 "쿠데타 옹호 말이 되냐", "민주주의 지켜내자"를 외쳤다.

양측은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확성기, 꽹과리, 마이크를 동원했다. 한 여학생은 확성기로 "물러가라"를 연호했고, 다른 학생은 "어디 고려대를 옵니까,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외쳤다. 일부 참가자들 간에는 몸싸움도 발생해 경찰이 즉각 제지에 나섰다.

현장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탄핵 반대 약 390명, 찬성 약 175명이 집결했다. 서울경찰청은 충돌 방지를 위해 기동대 1개 부대(70여 명)와 성북경찰서 경력 약 30명을 긴급 배치했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과 대통령 지지자들도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욕설과 인신공격이 오가면서 경찰이 이들을 분리시키기도 했다.

양측 모두 고려대의 역사적 전통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탄핵 반대 측은 "4.18 학생 시위와 항일 투쟁의 전통을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했고, 찬성 측은 "민주주의 수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고대의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