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방원 ETF 담은 '퇴직연금 고수들'…평균 9배 벌었다

2025-11-26     류동호
사진 = 뉴시스


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 고수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이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8.8%로, 가입자 평균의 9배에 달한다. 특히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 등 국내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 투자해 높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 적립금 잔고가 1000만원 이상인 가입자 중 상위 1500명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8.8%로 집계됐다. 이는 가입자 평균(4.2%)을 9배 넘게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3년 수익률은 연 16.1%로 가입자 평균(연 4.6%) 보다 3.5배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 고수들의 최근 1년 수익률이 50.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50대가 49.6%, 30대가 44.7%로 뒤를 이었다. 60대와 30대 미만은 각각 24.9%, 13.5%로 확인됐다.

권역별로 보면 증권사 가입자들이 최근 3년간 평균 18.9%를 벌어들이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은행과 보험 권역 상위 가입자들의 수익률은 각각 15.1%, 13.1%로 집계됐다.

연금 고수들은 공통적으로 '공격적인 실적배당형 투자' 형태를 보였다. ETF 등 펀드, 채권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79.5%에 달했다. 대기성 자금도 8.6%를 유지하며,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을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펀드 중에서는 주식형이 70.1%, 혼합채권형이 9.0%를 차지했다. 이는 퇴직급여법상 위험자산 투자 한도(70%)를 준수하면서 주식 비중을 최대한으로 높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 펀드(61.6%) 투자금액이 해외 펀드(31.8%) 보다 2배가량 많았다.

개별 투자처를 보면 조선·방산·원자력 등 이른바 '조방원' 테마 ETF가 적립금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투자자 수 기준으로도 관련 ETF가 상위를 휩쓸었다. 해외 투자는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이뤄졌다.

ETF 선호 경향도 뚜렷했다. 일반 가입자들이 장기투자시 선호하는 TDF(타깃데이트펀드)는 상위 가입자 비중에서 낮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대 미만은 나스닥·S&P500 등 미국 지수형 ETF 중심으로 투자했으나, 30대 이상은 조방원 등 국내 테마형 ETF나 테슬라 등 우량기업 관련 펀드로 보다 적극적인 운용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관찰됐다. 60대 이상은 고배당 펀드나 중국 펀드 비중을 늘려나가는 등 균형 잡힌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 고수들의 선택을 살펴보면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을 적극 활용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특히 지수형 펀드가 아닌 테마형 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80% 이상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되고 있는 퇴직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금보다는 능동적으로 적립금을 운영하되, 필요할 경우에는 금융 전문가인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춰 사전에 지정하기만 하면 적립금의 일정 부분을 실적배당상품으로 운용해 주는 디폴트옵션이나 가입자의 은퇴 시기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주는 TDF 펀드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