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시스

미중 정상 간 직접 대화가 이뤄진 지 하루 뒤인 2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갖고 미일 결속을 과시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존립위기 사태'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미국과 국제사회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움직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일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자 일본 정부 안팎에서는 불안과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가 끝난 뒤 약 30분 만에 기자단 앞에 서 양국 정상 간 친밀함을 부각한 배경에 대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미중 통화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보다 중국 편을 들고 있다는 이미지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약 25분간 통화한 뒤 이번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 측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협의 내용을 소개했다고도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통화 내용을 일본 측에 전한 것을 두고 "겉으로 보면 '전달자' 역할을 맡은 셈"이라며 "대중 전략에서 일본을 중시하는 자세가 이번에도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미일 정상 통화에서 대만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다뤄졌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그 지위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도록 양국이 함께 일깨워 나가기로 확인했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나 아사히는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시 주석과 논의한 대만 관련 내용도 "여러 화제 가운데 하나"로서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측에 별도의 우려를 전달한 사실은 없다고 덧붙였다. 외무성 간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일 때 구축된 관계가 이번 통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련의 일중 갈등 국면에서 일본과 중국 어느 한쪽에 노골적으로 치우치는 모습을 피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베이징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관심사는 무역"이라며 "일중 대립은 우크라이나와 달리 전쟁 상태가 아니어서 미국에 있어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가 낮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이라는 확실한 후원자가 없는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 규제, 비자 면제 정지와 같은 조처를 통해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아사히는 대만 문제를 포함한 대중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선명하게 읽히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정부의 가장 큰 우려"라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미중 관계를 주요 2개국(G2)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태평양을 동서로 나눠 미국과 중국이 서로 세력권을 인정하는 구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일본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개념"이라는 일본 외교 당국의 시각을 소개했다.

동맹국 일본을 공개적으로 뒷받침하는 메시지는 내지 않은 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도 일본이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마이니치신문은 "대만 주변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이 먼저 상의해야 할 상대는 동맹국 일본"이라며, 이번에 중국이 일본보다 먼저 미중 정상 간 통화를 통해 대만 문제를 논의한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과의 직접 채널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미일 동맹을 앞세운 대응과 동시에 미중 '투 톱' 외교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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